재활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걷기나 근력운동, 균형훈련처럼 눈에 띄는 운동보다
실제 생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움직임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동작입니다.
겉으로 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많거나,
오랫동안 휠체어를 사용했거나,
파킨슨병처럼 움직임과 균형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이 동작 하나가 하루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양로원에서 만났던 90대 어르신
제가 미국의 한 양로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90대 여성 어르신 한 분과 재활운동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근육량이 많이 감소한 상태였고,
이전에 낙상을 경험한 뒤 재활치료를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셨던 만큼
청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고,
말씀하실 때 목소리도 작으셨습니다.
관절 통증을 비롯해 여러 신체적 불편함도 안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그분의 모습은
몸이 불편한 환자라기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분에 더 가까웠습니다.
재활 시간이 되면 빠짐없이 참여하셨고,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끝까지 해보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몸의 조건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매번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가 유난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오래 걷기와 의자에서 일어서기
이 어르신이 특히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오래 걷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혼자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장시간 걷기가 힘들다는 것은
대부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시니어 재활에서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의자에서 일어나야 화장실로 이동할 수 있고,
식사를 하러 갈 수 있으며,
침대와 의자 사이를 오가는 기본적인 생활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어서기가 어려워지면
단순히 한 가지 동작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함께 떨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려웠을까?
이 어르신은 당시 100세를 앞두고 계셨습니다.
제가 만났던 환자들 중에서도
상당히 고령에 속하는 분이었습니다.
80대 이후부터 휠체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 영향으로 허리가 많이 굽어 있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파킨슨 질환을 앓으면서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가 두드러졌고,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중심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다리 근력 역시 많이 감소해 있었기 때문에
앉은 자세에서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며 몸을 들어 올리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사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은 생각보다 복합적입니다.
먼저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이동해야 하고,
발을 안정적으로 바닥에 위치시켜야 합니다.
그다음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팔과 다리의 힘을 함께 사용해 몸을 들어 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원활하지 않으면
일어서기는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근력운동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다리 근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초고령 어르신이나
오랫동안 활동량이 적었던 분들의 경우에는
근력운동만으로 단기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재활에서는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몸 상태 안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어떤 자세가 더 편한지,
어떤 순서로 움직이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생활 속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어르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목표는 운동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던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좌우 체중이동으로 엉덩이를 앞으로 이동시키기
가장 큰 어려움은
의자 깊숙이 앉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앞으로 이동시키는 것 자체였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별생각 없이 하는 동작이지만,
이 어르신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것,
체중을 옮기는 것,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이는 것 모두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좌우 체중이동을 활용해 엉덩이를 조금씩 앞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왼쪽으로 체중을 실으면서
오른쪽 엉덩이를 앞으로 이동시키고,
반대로 오른쪽으로 체중을 실으면서
왼쪽 엉덩이를 앞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한 번에 큰 힘을 쓰지 않아도
조금씩 의자 앞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후 발을 단단히 바닥에 고정하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팔과 다리의 힘을 함께 사용해 일어서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운동 동작’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쓰이는 움직임’
재활운동의 목적은
운동을 잘하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 어르신의 경우에는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어르신에게 꼭 필요했던 것도
복잡한 운동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조금 더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
타인의 도움을 조금이라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자신의 몸을 다시 믿어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간병인의 도움이 있어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조금씩 스스로 시도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퇴원 후 들었던 반가운 소식
재활치료를 마친 뒤
그 어르신은 퇴원하셨습니다.
얼마 후 간병인들을 통해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퇴원 후에도 꾸준히 연습을 이어가셨고,
여전히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능력을 유지하고 계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재활치료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재활은 언제나 극적인 변화를 만드는 과정은 아닙니다.
오히려 의자에서 안전하게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것,
식사하러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생활을 유지하는 작은 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신다면
부모님이나 어르신이
의자에서 일어날 때 유난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팔걸이를 강하게 잡아야만 일어설 수 있거나,
일어나다가 다시 주저앉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최근 낙상을 경험했거나,
걷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거나,
화장실이나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일어서기 능력과 균형, 근력, 보행 상태를 함께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은
단순한 자세 변화가 아닙니다.
하루의 활동을 시작하는 첫 단계이자,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래서 시니어 재활에서는
걷기 훈련만큼이나
의자에서 안전하게 일어나는 연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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